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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돈줄 조이자 … 중도금 대출 시장 뛰어든 중국 공상은행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7-11-02 오전 2:30:00

주택금융 시장에 중국계 은행의 공습이 시작됐다. 자본 규모로 세계 최대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이 수도권 오피스텔 청약 중도금 대출 영업에 들어간 것으로 1일 확인됐다. 국내 은행이 독점해 온 주택담보 대출 시장에 중국계 은행이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힐스테이트 미사역’ 오피스텔 견본주택 현장. 시행사는 SS개발과 아시아신탁이고,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장엔 중도금 대출 상담 부스가 마련됐다. 공상은행 서울지점에서 파견한 대출 담당 직원들이 상담을 받았다. 분양가의 50% 수준인 7500만~2억6000만원을 분양계약자에게 무이자로 빌려주고 2020년 11월까지 5회에 걸쳐 갚는 조건이었다. 연 2.51%+코픽스(COFIX) 이자는 시행사가 부담한다.
 
“중국 은행에서 대출받는 건 처음인데 믿을만 한가요?”(40대 고객)
 
“세계 최대 규모 외국계 은행으로 1993년부터 한국에서 영업해왔습니다. 1금융권이라 신용등급 영향을 받는 2금융권보다 낫습니다.”(공상은행 직원)
 
이번 중도금 대출은 신한은행·공상은행이 각각 1600억원씩 총 3200억원 규모로 진행한다. 공상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보다 기업 금융을 주로 해왔다. 언제든 집단대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 아파트(오피스텔) 공급 방식은 완공한 뒤 파는 후분양 대신 착공할 때 미리 파는 선분양제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미리 분양을 하고 분양 계약자로부터 계약금·중도금·잔금을 받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식이다. 주택 수요자는 계약금(대개 10%)을 내고 계약한 뒤 완공 때 잔금(30%)을 내야 아파트를 갖게 된다. 그 사이 중도금(60%)을 5~6차례 정도 나눠 낸다. 중도금 대출은 그래서 필요하다. 분양업체(시행사 및 시공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은 뒤 분양 계약자가 금융회사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도록 주선한다.
 
그동안 중도금 대출은 국내 은행의 안정된 수익원이었다. 2012년 이후 HUG가 보증한 중도금 대출액 중 분양 계약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HUG 등이 물어 준(대위변제) 비율이 0.01%도 안 될 정도로 안전하다. 빌려주면 떼일 위험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차주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기존 주택 담보대출에 이어 신규 아파트 집단대출까지 대출 제한이 확대됐다. 국내 은행과 제2금융권까지 집단대출을 죄자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 건설사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내 은행뿐 아니라 중국계 은행에까지 손을 벌릴 상황에 몰렸다는 의미다.
 
공상은행 관계자는 “시공사 측에서 먼저 제안해 처음 집단대출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상은행의 주택금융 시장 진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올 4월에도 제주도에서 분양한 레지던스호텔의 중도금 대출을 저울질하다 막판에 불발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상은행이 개인 영업을 확대하려고 노력해 왔고 대출 계약을 따내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조달금리가 아무래도 국내 은행이 유리하기 때문에 그간 기회가 없었는데 대출 규제 강화로 국내 은행이 주춤한 사이 (공상은행이) 영업을 확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현재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은 6곳이다. 공상은행을 비롯해 중국은행·건설은행·교통은행·농업은행·광대은행이 영업 중이다.
 
공상은행은 지난해 5월 연 최저 2.49%의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1일 기준 최저 금리는 2.74%(변동금리)로 국내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 공상은행에 따르면 가계 부문 총대출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74억원이다. 기업 대출(7조2784억원)에 비해 미미하지만 지난해 6월 말(7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중국계 은행의 집단 대출 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손이 많이 가고 전산 접수 등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다. 중국계 은행의 경우 지점도 많지 않아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은행 등이 현재 예금과 대출 등 리테일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업 라이센스 받았기 때문에 중도금 집단대출이 법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중도금 집단 대출하려면 서류 받고, 전산 개발하고 업무처리할 인력 등이 필요한 데 인력이나 투입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영업점도 있어야 하고 전산 접수 등 노하우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기환·하현옥·고란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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