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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손보려는 화웨이, 실체가 궁금하다 [중앙일보]

군인 출신 런정페이 29년 전 창업
인민해방군 주도 통신망 사업 따내
‘늑대·야전침대 문화’로 초고속 성장
경영진 24시간 내내 휴대폰 열어놔
통신표준 주도 한국의 경쟁 상대

입력시각 : 2016-06-07 오전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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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최근 5년간 북한과 거래한 화물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더 유명해진 기업이 있다. 바로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는 “화웨이는 미국의 중국 견제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떻게 화웨이는 세계 최강국 미국이 ‘콕 찍어 손봐줄’ 기업이 된 걸까. 그 배경에는 산업적·군사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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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1987년 중국 선전의 한 주민아파트에서 직원 5명으로 출발했다. 인민해방군 출신의 런정페이(任正非·72)가 자본금 2만1000위안(현재가로 약 360만원)을 들고 시작했다. 성장의 계기는 93년 찾아왔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도하는 첫 번째 국가 통신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화웨이는 라우터(네트워크 중계 장치)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창립 후 27년간 화웨이는 3가지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통신장비와 기술을 다루는 캐리어 네트워크 ▶스마트 기기를 제조하는 컨슈머 ▶시스템이나 데이터 관리 저장 기술을 다루는 엔터프라이즈 분야가 주 사업 분야다. 2014년 말 기준 세계 통신시장 1위, 스마트폰 3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IOT(사물인터넷), 커넥티드 카, 반도체로 사업 역영을 넓히고 있다.

화웨이 성장의 비결은 ‘늑대문화’와 ‘야전침대 문화’로 설명된다. 늑대문화는 후각을 발휘해 사업 영역을 찾아내고, 목표를 완수할 때까지 집요하게 일하되 개인이 아닌 팀웍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런정페이는 1997년 ‘기업의 생존 발전에 적응하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글에서 직원들에게 늑대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앞다리가 길고 뒤다리가 짧은 늑대를 낭(狼), 반대로 앞다리가 짧은 늑대를 패(狽)라 한다”며 “두 짐승이 나란히 걷다 사이가 벌어지면서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것을 낭패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을 개척할 ‘낭’과 이를 지원하는 ‘패’가 있어야 늑대의 무서운 힘이 발휘된다. 늑대처럼 민감한 후각,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으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웨이의 야전침대 문화는 2004년 알제리 대지진 때 빛을 발했다. 30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지진의 현장에서 서방의 통신회사들이 앞다퉈 도망갔지만 화웨이의 직원들은 업무현장을 지키며 두절된 통신환경을 개선했다. 인도의 전쟁지역에서는 폭발공습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고객의 요청대로 통신망 업그레이드를 완수한 사례도 있다.

화웨이코리아의 정완숙 홍보이사는 “화웨이에는 런정페이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24시간 내내 휴대폰을 켜두고 전화벨이 울리면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며 “고객 지향을 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보이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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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를 보는 내외부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화웨이는 스스로를 연구개발(R&D)을 기반으로 창조경영에 나서는 기업으로 평가한다. 실제 화웨이는 매년 매출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2004년부터 13년까지 연구개발에 쏟아 부은 돈만 30조원을 넘는다. 2014년에는 그해 총 매출의 14.2%에 해당하는 66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화웨이는 전세계에 16개의 R&D 센터와 31개의 공동혁신센터, 45개의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직원의 45%인 8만여 명의 직원들이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화웨이는 ICT 분야 특허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4년에는 중국 기업 최초로 로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 (Top 100 Global Innovators)’에 선정됐다.

화웨이는 5세대(5G) 통신 시장에서 기술표준을 주도하려는 한국에 가장 버거운 경쟁 상대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KT·SKT, 미국 버라이즌, 일본 NTT 도코모 같은 통신사업자들과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화웨이 같은 통신 장비업체들 사이엔 5G 기술 표준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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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2세대(2G) 때는 추종자(follower), 3세대(3G) 때는 경쟁자(competitor)였고 4세대(4G) 때는 주도그룹(leading group)이었지만 5세대(5G) 세상에서는 화웨이가 규칙 제정자(rule setter)가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그만큼 기술에 자신있다는 얘기다. 현재 화웨이는 세계 50대 통신사업자 중에 45곳에 관련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롱텀에볼루션(LTE) 시장 장비 점유율에서 에릭슨 27.3%에 이어 화웨이는 22.6%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3%로 노키아·알카텔루슨트·ZTE에 이어 6위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화웨이 내부와 달리 글로벌 IT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사를 의혹 어린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 기사
① 美, 삼성에 소송 건 화웨이 콕 집어 '대북 수출' 조사
② “특허 11건 침해”…삼성전자 걸고 넘어진 화웨이


2012년 미국 하원은 미국 내 통신 보안 문제와 관련한 장문의 조사 보고서에서 화웨이를 “중국 정부, 군(軍)과 협력하는 거대 정보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당시 하원은 화웨이 측에 지배구조, 의사결정 과정 등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화웨이는 답변을 거부했다. 당시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이 회사 내에 ‘당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이 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최대 주주 10인의 리스트 제공도 거부했다. 화웨이는 글로벌 거대 기업임에도 비상장 기업이고 런정페이는 1.4%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전문가로 삼성전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화웨이는 목표가 정해지면 조직 역량을 총동원하는 기업”이라며 “향후 가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ICT 사업영역에서 한국 전자회사들의 핵심 경쟁자가 될 것이고 승부는 결국 R&D에 대한 성패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런정페이=화웨이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1944년 10월 25일 생으로 귀주성 산간마을에서 초·중등 시절을 보내고 중경건축공정학원에서 수학했다. 74년 군 공병단원으로 랴오 양 화학섬유 공장 설립에 참여했다. 기술자와 엔지니어를 거쳐 부연대장 급인 부국장으로 승진한 뒤 1983년 퇴역했다. 이후 선전의 남해 정유공사에서 근무하다 1987년 화웨이를 설립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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